진창수(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일본정치의 변화: 소수 여당 다카이치 정권의 탄생 일본 헌정사상 처음으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총재가 여성 총리로 선출되었다. 남성 중심의 정치계에서 여성이 총리가 된 것은 일본정치에서 그 의미는 크다. 또한 26년만에 자공연립이 해체되고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약칭은 유신회)의 연립정권 출범은 일본정치의 변화를 보여준다. 다카이치정권은 자민당과 유신회가 연립하였지만, 국회에서 과반수를 하지 못해 소수 여당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자공(自公) 연립정권의 해체로 인해 자민당이 장기적으로 권력을 독점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지난 10월 10일 일본 공명당은 자민당과의 연립정권에서 이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99년 체제’로 불리는 자공(自公) 연립체제는 이제 역사적 종언을 맞이하게 되었다. 1955년에 결성된 자민당과 사회당이 대립했던 체제를 ‘55년 체제’라고 부른다면, ‘99년 체제’는 지난 26년간 자민당과 공명당이 맺어온 연립체제를 일컫는 말이다. 다카이치 정권이 성립하면서 공명당이 연립정권에서 이탈한 것은 1999년 자민당이 만든 연립체제를 근본적으로 붕괴시킨 점에서 그 정치적 파장은 크다. 자공 연립정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가자지구의 현실 ‘약속의 땅에서 전쟁의 상징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구약성서 민수기 13장에 언급된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의 일부다. 가나안은 지중해 남동쪽 연안 지역으로 좁게는 현재의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및 요르단강 서안, 넓게는 골란고원과 레바논, 시나이반도까지를 말한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은 크게 가자지구와 동예루살렘을 포함하는 요르단강 서안 지역으로 구성됐다. 가자지구의 면적은 360㎢로 우리나라의 세종시보다 조금 넓다. 길이는 40㎞, 평균 너비는 8㎞로 남북으로 길쭉하게 뻗은 직사각형 모양이다. 가자지구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점령지가 됐다가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간 오슬로 평화협정에 따라 현재의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이 됐다. 전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가자지구의 동쪽과 북쪽은 이스라엘이 설치한 분리장벽에 가로막혀 있고 남쪽은 이집트의 국경과 접하고 있다. 서쪽은 지중해와 면하고 있다. 사실상 사방이 모두 막혀 있어 가자지구 주민들은 영토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때문에 가자지구는 ‘세계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으로 불려왔다. 팔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인 김정은이 지난 9월 2~4일 중국을 방문했다. 2박 3일 체류 일정의 주목적은 중국 전승절(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 참석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일본과의 전쟁에서 국민당 정부에 비해 미온적이었고, 2차 세계대전 종전에 따른 ‘전승’에도 큰 관심이 없었지만, 시진핑은 집권 이후 전승절 행사를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자리로 삼아왔다. 여기에 김정은이 초청받아 참여함으로써 6년 8개월 만의 방중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 방문은 앞서 김정은이 4차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났던 것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2018년 3월 25~28일 베이징을 찾아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한 달 뒤 김정은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첫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후 방중도 남북 정상회담이나 싱가포르‧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한 시기에 이뤄졌다. 주로 대남, 대미 협상 국면에서 중국 지도부와의 조율이나 사전 또는 사후 협의 성격이 짙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 전승절 80주년을 계기로 시진핑과 푸틴 대통령을 함께 만나 북중러 연대를 과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26개국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산맥에 자리 잡은 카슈미르는 ‘서남아시아의 화약고’라고 불린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그동안 카슈미르를 놓고 영토 분쟁을 벌여왔다. 면적은 22만㎢로 한반도와 비슷한 카슈미르는 인도 북부와 파키스탄 북동부 및 중국의 서북부와 접하고 있다. 이곳에는 해발고도 8,000m가 넘는 봉우리가 6개나 있다. 한국 산악인들이 많이 찾는 K-2 봉은 카슈미르 북쪽에 있다. 인구는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는 380만 명, 인도령 카슈미르는 820만 명이다. 인구 대다수는 무슬림(70%)이고 힌두교 신자가 소수다. 히말라야 산맥의 빛나는 만년설 아래 ‘아시아의 알프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름다운 카슈미르에선 피와 눈물이 마를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유혈사태가 계속 발생해왔다. 분쟁의 씨앗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인도 대륙이 1947년 종교(힌두교·이슬람)에 따라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독립하면서 뿌려졌다. 당시 카슈미르는 두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무슬림 주민들은 파키스탄에 편입되기를 희망했지만, 힌두교를 믿는 영주 하리 싱이 카슈미르를 인도에 귀속시켰다. 이에 반발한 무슬림 주민들이 같은 해 10월 폭동을 일
이지용 계명대 교수 세계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언 3년을 넘기면서도 종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립과 충돌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시리아 아사드 정권 축출, 홍해 위기로 분출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략한다고 공언하면서 긴장을 상승시키고 있고, 북한은 핵 위협과 함께 최신 무기를 선보이며 대한민국에 대한 위협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하이브리드전으로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중동에서는 이란과 후티 반군을 돕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으로 곤경에 처한 러시아 푸틴은 중국의 시진핑을 초청해 최고 수준의 우의를 과시하고 있다. 이들을 국제 자유 질서를 위협하는 ‘CRINK(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CRINK의 중심에 중국이 있다. 미국은 반(反)자유 세력의 핵심인 중국을 억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관세전쟁의 주요 배경이다. 격동치는 국제 정세, 대한민국 안보에 어떠한 시사점을 주고 있는가? 국제지정학의 본격적 부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 정세 격변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거시적 차원에서 신냉전 구도의 성격을 살
2025년 3월 2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전쟁기념사업회 주최로 ‘용산특강(제20강)’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서인택 한국글로벌피스재단 이사장이 나와 ‘통일 한반도의 비전, 코리안 드림’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서 강사는 “지금 우리 사회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한반도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과정에서 통일에 대한 회의론적인 시각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라고 운을 뗀 뒤 “여러분은 작금의 현실에서 한반도의 통일이 가능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아직 통일에 대한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 지금 북한은 체제 종말기에 접어들었다고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 이유는 ’배급경제‘, ’사상통제‘가 사실상 통제되지 않고 있으며, 공포정치로 간신히 이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공포정치로 권력이 오랫동안 유지돼 온 역사적 사례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김정은은 2014년 초 ’민족 통일‘이라는 개념을 지울 것을 지시하며,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했다. 남한과의 체제 경쟁이 사실상 끝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한이 자신들과 비교해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통일이 된다고 하면 남한 주도적 통일이 될 것임
한국자유총연맹(총재 강석호)은 2월 24일 장충동 본부 회의실에서 박태우 자유통일연구원장을 비롯한 조직간부 및 수강생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5기 헌법지킴이 지도자 양성 과정’ 6주 차 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교육에선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안보실장이 강사로 나와 ‘북한이 주창하는 남북2국가론의 국제정치학적 의미’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먼저 그는 북한의 대남 관계 방향 전환에 대해 ”북한의 김정은은 한반도 주변에서 신냉전 관계가 구축되었다고 규정했다. 그래야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앞으로 강대강 정면 승부의 대미투쟁 원칙을 견지할 것이고, 공세적 초강경 정책을 실시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이어 ”북한의 1민족 1국가 2체제 통일 방안과 달리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 기조는 불변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더 이상 화해와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방향을 전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강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4년 건군절인 2월 8일 국방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가,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유사시 영토점령 방침을 국시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남
대한민국이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대한민국 앞에 놓인 몇 갈래의 길은 모두 험로다. 어느 길을 택하든지 안보 유지, 경제 발전, 국민 행복이라는 국가 목표를 향한 우리의 여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파국의 길만은 피해야 한다. 안타깝게 정치세력은 물론 주권자인 국민도 그 어느 때보다 분열돼 있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여전히 국익보다는 당파적 이익, 집단과 개인의 이익을 앞세운 주장이 난무한다. 대한민국은 복합위기에 빠졌다. 안으로는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다. 밖으로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북·러 군사협력 심화, 트럼프 2기 출범 등으로 한반도 주변 외교·안보 지형이 요동친다. 세계 각국이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국제정세 지각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나 우리는 외교·안보 정책을 지휘할 총사령관이 부재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탄핵 사태로 대한민국의 ‘외교 시계’는 사실상 멈춰진 상태다. 탄핵심판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탄핵 사태의 충격파는 괴멸적이며, 지속력도 상상 이상일 것이다. 탄핵 사태와 트럼프 2기 출범을 계기로 조성된 복합위기 국면에 제대로
지난해 11월 7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우리는 미국을 가장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칠 것입니다.” 당선된 트럼프 후보가 대선 승리 연설에서 밝힌 일성이다.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외치며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한 그의 귀환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동맹협력을 강조해 온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이 자국 우선주의로 전환될 경우 동북아 정세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용산특강」이라는 타이틀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2025 K안보정세와 SMART 안보전략」이었다. 트럼프 2.0시대 한반도 정세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우리의 대응 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 현장을 찾아가 봤다. 제40대 국방부 차관 등을 지내며 안보 분야에 조예가 깊은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먼저 그는 글로벌 차원에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파나마운하 통제권을 둘러싸고 미국-파나마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그린란드를 미국의 연방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야망이 미국과 덴마크와의 관
들어가며 미국 대선을 전후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선이 악화 및 장기화되고, 3차 대전 운운하는 정국이 전개되면서 국제정치 구도의 판(判)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대와는 판이 완전히 다른 세계 질서의 재편이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Policy) 노선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와 다음 정부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러우 전쟁에 대한 인식도 판이하게 다른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4년 11월 19일부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사정거리 300km인 에이테킴스(ATACMS, Army Tactical Missile System) 미사일 사용을 허용하면서 본격적인 반(反)러시아 정책의 선봉에 서고 있지만, 트럼프 진영은 현(現) 국경선을 동결하는 선의 휴전회담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서방세계의 미사일 사용 허가에 대해 러시아는 핵(核) 보복을 운운하는 형국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향후 외교·안보 전략 노선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그 결이 매우 다르다. 국제무대 개입 최소화로 동맹국들과 큰 안보 비용을 공동 분담한다는 원칙을 세운 트럼프의 외교·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