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강준영(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 대학원 중국 외교통상학부 교수) I. 한·중 정상회담 연속 개최의 함의 작년 경주에서 거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루어진 이재명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열렸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두 달 만에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이 거행됐다. 11년 만의 한국 국빈 방문으로 상견례를 겸한 첫 대면을 통해 ‘양자 관계 복원’의 출발을 알렸고, 시 주석 초청으로 올 1월 5일 두 번째 정상회담이 열렸다. 주지하다시피 한·중 관계에는 양자 관계를 넘어서는 복합적 요소가 존재한다. 미·중 전략 갈등과 중국의 한국에 대한 주도적 입장 인식, 중국의 대외 전략 변화와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삼각 공조 강화 추세에 대한 우려 그리고 한·미 동맹 관계와 한·중 협력관계의 차별성, 북·중 '특수관계’ 및 북핵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 남북관계 요소가 병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 북한의 특수(特殊)관계를 제어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한·중 관계는 전체적으로 우호적이지만 영역별로는 불균형적인 관계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가 우선이고 민감한 정치·안보 이슈는
이정훈 (이정훈TV 대표) 원잠만 바라보고 있으면 안 된다. 2025년 10월 29일 경주 정상회담에서 한미는 원자력과 관련해 미묘한 주고받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준비해 온 요구는 양국이 공동 투자해 원전용 농축우라늄 공장을 짓자는 것이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핵무기 보유국이고 세계 최대의 원전 보유국이라 도처에 우라늄 농축공장이 있을 것 같은데, 왜 우리에게 우라늄 농축공장을 공동으로 짓자고 했을까.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현대의 핵무기는 수폭이다. 수폭은 ‘강력한 열’을 받아야 폭발한다. 그래야 핵융합을 한다. 핵융합을 유도하는 선제 폭발을 ‘기폭(起爆)’이라고 한다. 수폭은 ‘독한 놈’이라 원폭이 기폭해줘야 터지기에 모든 수폭에는 원폭이 들어간다. 세계 최고의 수폭 보유국인 미국은 그만큼의 원폭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연구용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 원폭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라늄 광석에서 추출한 우라늄을 90%대로 농축하는 것과 원자로에서 타고 나온 사용후핵연료에 생성돼 있는 플루토늄을 긁어내 만드는 것이다. 보다 쉬우면서 효율 좋은 원폭을 만드는 것은 플루토늄으로 하는 것이다. 때문에 핵무기 보유
진창수(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일본정치의 변화: 소수 여당 다카이치 정권의 탄생 일본 헌정사상 처음으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총재가 여성 총리로 선출되었다. 남성 중심의 정치계에서 여성이 총리가 된 것은 일본정치에서 그 의미는 크다. 또한 26년만에 자공연립이 해체되고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약칭은 유신회)의 연립정권 출범은 일본정치의 변화를 보여준다. 다카이치정권은 자민당과 유신회가 연립하였지만, 국회에서 과반수를 하지 못해 소수 여당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자공(自公) 연립정권의 해체로 인해 자민당이 장기적으로 권력을 독점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지난 10월 10일 일본 공명당은 자민당과의 연립정권에서 이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99년 체제’로 불리는 자공(自公) 연립체제는 이제 역사적 종언을 맞이하게 되었다. 1955년에 결성된 자민당과 사회당이 대립했던 체제를 ‘55년 체제’라고 부른다면, ‘99년 체제’는 지난 26년간 자민당과 공명당이 맺어온 연립체제를 일컫는 말이다. 다카이치 정권이 성립하면서 공명당이 연립정권에서 이탈한 것은 1999년 자민당이 만든 연립체제를 근본적으로 붕괴시킨 점에서 그 정치적 파장은 크다. 자공 연립정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가자지구의 현실 ‘약속의 땅에서 전쟁의 상징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구약성서 민수기 13장에 언급된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의 일부다. 가나안은 지중해 남동쪽 연안 지역으로 좁게는 현재의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및 요르단강 서안, 넓게는 골란고원과 레바논, 시나이반도까지를 말한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은 크게 가자지구와 동예루살렘을 포함하는 요르단강 서안 지역으로 구성됐다. 가자지구의 면적은 360㎢로 우리나라의 세종시보다 조금 넓다. 길이는 40㎞, 평균 너비는 8㎞로 남북으로 길쭉하게 뻗은 직사각형 모양이다. 가자지구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점령지가 됐다가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간 오슬로 평화협정에 따라 현재의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이 됐다. 전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가자지구의 동쪽과 북쪽은 이스라엘이 설치한 분리장벽에 가로막혀 있고 남쪽은 이집트의 국경과 접하고 있다. 서쪽은 지중해와 면하고 있다. 사실상 사방이 모두 막혀 있어 가자지구 주민들은 영토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때문에 가자지구는 ‘세계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으로 불려왔다. 팔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인 김정은이 지난 9월 2~4일 중국을 방문했다. 2박 3일 체류 일정의 주목적은 중국 전승절(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행사 참석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일본과의 전쟁에서 국민당 정부에 비해 미온적이었고, 2차 세계대전 종전에 따른 ‘전승’에도 큰 관심이 없었지만, 시진핑은 집권 이후 전승절 행사를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자리로 삼아왔다. 여기에 김정은이 초청받아 참여함으로써 6년 8개월 만의 방중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 방문은 앞서 김정은이 4차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났던 것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2018년 3월 25~28일 베이징을 찾아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한 달 뒤 김정은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첫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후 방중도 남북 정상회담이나 싱가포르‧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한 시기에 이뤄졌다. 주로 대남, 대미 협상 국면에서 중국 지도부와의 조율이나 사전 또는 사후 협의 성격이 짙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 전승절 80주년을 계기로 시진핑과 푸틴 대통령을 함께 만나 북중러 연대를 과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26개국
이장훈(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세계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산맥에 자리 잡은 카슈미르는 ‘서남아시아의 화약고’라고 불린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그동안 카슈미르를 놓고 영토 분쟁을 벌여왔다. 면적은 22만㎢로 한반도와 비슷한 카슈미르는 인도 북부와 파키스탄 북동부 및 중국의 서북부와 접하고 있다. 이곳에는 해발고도 8,000m가 넘는 봉우리가 6개나 있다. 한국 산악인들이 많이 찾는 K-2 봉은 카슈미르 북쪽에 있다. 인구는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는 380만 명, 인도령 카슈미르는 820만 명이다. 인구 대다수는 무슬림(70%)이고 힌두교 신자가 소수다. 히말라야 산맥의 빛나는 만년설 아래 ‘아시아의 알프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름다운 카슈미르에선 피와 눈물이 마를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유혈사태가 계속 발생해왔다. 분쟁의 씨앗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인도 대륙이 1947년 종교(힌두교·이슬람)에 따라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독립하면서 뿌려졌다. 당시 카슈미르는 두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무슬림 주민들은 파키스탄에 편입되기를 희망했지만, 힌두교를 믿는 영주 하리 싱이 카슈미르를 인도에 귀속시켰다. 이에 반발한 무슬림 주민들이 같은 해 10월 폭동을 일
이지용 계명대 교수 세계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언 3년을 넘기면서도 종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립과 충돌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시리아 아사드 정권 축출, 홍해 위기로 분출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침략한다고 공언하면서 긴장을 상승시키고 있고, 북한은 핵 위협과 함께 최신 무기를 선보이며 대한민국에 대한 위협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은 하이브리드전으로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동시에 중동에서는 이란과 후티 반군을 돕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으로 곤경에 처한 러시아 푸틴은 중국의 시진핑을 초청해 최고 수준의 우의를 과시하고 있다. 이들을 국제 자유 질서를 위협하는 ‘CRINK(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CRINK의 중심에 중국이 있다. 미국은 반(反)자유 세력의 핵심인 중국을 억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관세전쟁의 주요 배경이다. 격동치는 국제 정세, 대한민국 안보에 어떠한 시사점을 주고 있는가? 국제지정학의 본격적 부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 정세 격변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거시적 차원에서 신냉전 구도의 성격을 살
2025년 3월 2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전쟁기념사업회 주최로 ‘용산특강(제20강)’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서인택 한국글로벌피스재단 이사장이 나와 ‘통일 한반도의 비전, 코리안 드림’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서 강사는 “지금 우리 사회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한반도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과정에서 통일에 대한 회의론적인 시각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라고 운을 뗀 뒤 “여러분은 작금의 현실에서 한반도의 통일이 가능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아직 통일에 대한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 지금 북한은 체제 종말기에 접어들었다고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 이유는 ’배급경제‘, ’사상통제‘가 사실상 통제되지 않고 있으며, 공포정치로 간신히 이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공포정치로 권력이 오랫동안 유지돼 온 역사적 사례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김정은은 2014년 초 ’민족 통일‘이라는 개념을 지울 것을 지시하며,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했다. 남한과의 체제 경쟁이 사실상 끝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한이 자신들과 비교해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통일이 된다고 하면 남한 주도적 통일이 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