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행정통합, 지역 살리기의 해법인가 새로운 갈등의 시작인가 단국대 행정학과 남재걸 교수 [광역 간 행정통합의 배경, 쟁점, 그리고 전망]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지금 구조적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도시-농촌 분할 발전 모델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압력 속에서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광역 간 행정통합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 성장기에 분절적으로 형성된 국토 공간을 오늘의 생활권과 경제권에 맞게 다시 조직하려는 새로운 정책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2010년의 창원·마산·진해 통합이나 2014년의 청주·청원 통합이 주로 행정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둔 기초지자체 간 통합이었다면, 오늘의 광역 통합은 지역 생존과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단위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그 성격이 다르다. 1980년대 도시 팽창기에 정부는 도시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심 도시를 도에서 분리하는 이른바 ‘도농분리형 전략’을 취했다. 이는 당시 대도시의 성장 관리에는 일정한 효과를 거두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광역시와 배후 지역 사이의 연계를 약화시
DMZ 관할권 둘러싼 한미 힘겨루기...동맹 갈등 막을 ‘공동관리’ 묘안 짜야 - ‘평화의 길’ 재개방 등 주권 회복과 안보 공백 사이의 과제 -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비무장지대(DMZ)를 둘러싼 논란은 오랜 기간 남북한 사이, 또는 유엔군사령부로 대표되는 미국 측과 북한 간의 분쟁 성격을 지녔다. 그런데 한미가 그 관할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올 들어서는 서로의 시각차를 더욱 크게 드러내더니 노골적으로 상대방의 견해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을 공개 피력하는 상황이 이르렀다. 단순히 실무 관리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 한국의 안보관련 장관이 나서 유엔사의 DMZ 관리 권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미군 측이 공개적으로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반박하는 국면에 이르렀다. 여기에 정치권 일부까지 가세해 관련 입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가시화 하는 모양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한미동맹의 균열까지 초래할 위기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 정상회담 훈풍에 개방됐다 2년 전 중단 불씨를 당긴 건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대북‧안보 현안과 관련해 연일 전향적 조치를 쏟아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다. 정
트럼프의 마두로 정권 교체의도…‘돈로 독트린’으로 베네수엘라 석유 장악, 중국 견제와 중남미 패권회복 이장훈(국제문제 분석가) [돈로 독트린, 트럼프의 서반구 패권 전략]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반구(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패권 회복 구상을 말한다. 돈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인 도널드(Donald)와 미국 제5대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1817~1825년 재임)의 성인 먼로(Monroe)의 합성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일 백악관에서 발표한 ‘먼로 독트린’ 발표 202주년을 기념한 포고문에서 “먼로 독트린은 수 세기 동안 공산주의, 파시즘, 외국의 침략 등으로부터 미주 대륙을 지켜왔다”며 “나는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 오래된 정책을 자랑스럽게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파나마 운하에서의 특권을 회복했으며, 멕시코를 통과하는 마약 유통을 차단하고, 서반구 전역의 마약 테러 조직을 해체하고 있다”면서 “내 결정에 힘입어 먼로 독트린은 다시 살아나고 있으며, 미국의 리더십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부활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먼로 독트린은 먼로 대통령이 18
한중 정상회담, 새로운 출발을 위하여 강준영(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 대학원 중국 외교통상학부 교수) I. 한·중 정상회담 연속 개최의 함의 작년 경주에서 거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루어진 이재명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열렸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두 달 만에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이 거행됐다. 11년 만의 한국 국빈 방문으로 상견례를 겸한 첫 대면을 통해 ‘양자 관계 복원’의 출발을 알렸고, 시 주석 초청으로 올 1월 5일 두 번째 정상회담이 열렸다. 주지하다시피 한·중 관계에는 양자 관계를 넘어서는 복합적 요소가 존재한다. 미·중 전략 갈등과 중국의 한국에 대한 주도적 입장 인식, 중국의 대외 전략 변화와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삼각 공조 강화 추세에 대한 우려 그리고 한·미 동맹 관계와 한·중 협력관계의 차별성, 북·중 '특수관계’ 및 북핵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 남북관계 요소가 병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 북한의 특수(特殊)관계를 제어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한·중 관계는 전체적으로 우호적이지만 영역별로는 불균형적인 관계를 추구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가 우선이고 민감한 정치·안보 이슈는
국민 개인정보 유출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이유 - 쿠팡 사태로 본 개인정보와 국가안보의 연결고리 - 김동하 한성대학교 미래융합사회과학대학 교수 다사다난했던 2025년 말. 산적한 정치, 경제 현안들 속에서, 온 국민들의 일상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독보적 1위 기업 '쿠팡'의 고객정보 유출 사태. 무려 6개월간 3770만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이번 사태의 파장은, 무척이나 넓고 깊게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피해를 본 건 대다수의 대한민국 국민들이지만, 책임을 묻고 피해를 구제하는 측면에서는 미국과 중국까지 얽혀 있는 국제적 이슈다. 기업의 국적, 경영자와 직원들의 국적 뿐 아니라 자본의 국적까지. 해법을 찾으려면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이 뒤엉킨 글로벌 조직의 정체성 문제를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기업의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곧 국가 안보의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알리는 경종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데이터의 시대, AI의 시대에 대규모 개인정보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이자 무기, 또는 공격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쿠팡 사태, 왜 국제 이슈인가? 쿠팡의 국적
이정훈 (이정훈TV 대표) 원잠만 바라보고 있으면 안 된다. 2025년 10월 29일 경주 정상회담에서 한미는 원자력과 관련해 미묘한 주고받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준비해 온 요구는 양국이 공동 투자해 원전용 농축우라늄 공장을 짓자는 것이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핵무기 보유국이고 세계 최대의 원전 보유국이라 도처에 우라늄 농축공장이 있을 것 같은데, 왜 우리에게 우라늄 농축공장을 공동으로 짓자고 했을까.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현대의 핵무기는 수폭이다. 수폭은 ‘강력한 열’을 받아야 폭발한다. 그래야 핵융합을 한다. 핵융합을 유도하는 선제 폭발을 ‘기폭(起爆)’이라고 한다. 수폭은 ‘독한 놈’이라 원폭이 기폭해줘야 터지기에 모든 수폭에는 원폭이 들어간다. 세계 최고의 수폭 보유국인 미국은 그만큼의 원폭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연구용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 원폭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라늄 광석에서 추출한 우라늄을 90%대로 농축하는 것과 원자로에서 타고 나온 사용후핵연료에 생성돼 있는 플루토늄을 긁어내 만드는 것이다. 보다 쉬우면서 효율 좋은 원폭을 만드는 것은 플루토늄으로 하는 것이다. 때문에 핵무기 보유
진창수(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일본정치의 변화: 소수 여당 다카이치 정권의 탄생 일본 헌정사상 처음으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총재가 여성 총리로 선출되었다. 남성 중심의 정치계에서 여성이 총리가 된 것은 일본정치에서 그 의미는 크다. 또한 26년만에 자공연립이 해체되고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약칭은 유신회)의 연립정권 출범은 일본정치의 변화를 보여준다. 다카이치정권은 자민당과 유신회가 연립하였지만, 국회에서 과반수를 하지 못해 소수 여당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자공(自公) 연립정권의 해체로 인해 자민당이 장기적으로 권력을 독점하던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지난 10월 10일 일본 공명당은 자민당과의 연립정권에서 이탈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99년 체제’로 불리는 자공(自公) 연립체제는 이제 역사적 종언을 맞이하게 되었다. 1955년에 결성된 자민당과 사회당이 대립했던 체제를 ‘55년 체제’라고 부른다면, ‘99년 체제’는 지난 26년간 자민당과 공명당이 맺어온 연립체제를 일컫는 말이다. 다카이치 정권이 성립하면서 공명당이 연립정권에서 이탈한 것은 1999년 자민당이 만든 연립체제를 근본적으로 붕괴시킨 점에서 그 정치적 파장은 크다. 자공 연립정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가자지구의 현실 ‘약속의 땅에서 전쟁의 상징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구약성서 민수기 13장에 언급된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의 일부다. 가나안은 지중해 남동쪽 연안 지역으로 좁게는 현재의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및 요르단강 서안, 넓게는 골란고원과 레바논, 시나이반도까지를 말한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은 크게 가자지구와 동예루살렘을 포함하는 요르단강 서안 지역으로 구성됐다. 가자지구의 면적은 360㎢로 우리나라의 세종시보다 조금 넓다. 길이는 40㎞, 평균 너비는 8㎞로 남북으로 길쭉하게 뻗은 직사각형 모양이다. 가자지구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점령지가 됐다가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간 오슬로 평화협정에 따라 현재의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이 됐다. 전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가자지구의 동쪽과 북쪽은 이스라엘이 설치한 분리장벽에 가로막혀 있고 남쪽은 이집트의 국경과 접하고 있다. 서쪽은 지중해와 면하고 있다. 사실상 사방이 모두 막혀 있어 가자지구 주민들은 영토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때문에 가자지구는 ‘세계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으로 불려왔다. 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