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 행정통합, 지역 살리기의 해법인가 새로운 갈등의 시작인가
단국대 행정학과 남재걸 교수
[광역 간 행정통합의 배경, 쟁점, 그리고 전망]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지금 구조적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도시-농촌 분할 발전 모델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압력 속에서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광역 간 행정통합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 성장기에 분절적으로 형성된 국토 공간을 오늘의 생활권과 경제권에 맞게 다시 조직하려는 새로운 정책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2010년의 창원·마산·진해 통합이나 2014년의 청주·청원 통합이 주로 행정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둔 기초지자체 간 통합이었다면, 오늘의 광역 통합은 지역 생존과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단위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그 성격이 다르다.
1980년대 도시 팽창기에 정부는 도시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심 도시를 도에서 분리하는 이른바 ‘도농분리형 전략’을 취했다. 이는 당시 대도시의 성장 관리에는 일정한 효과를 거두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광역시와 배후 지역 사이의 연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광역시는 도와 분리된 채 독자적으로 운영되었고, 주변 지역은 중심 도시와의 기능적 연계를 제도적으로 충분히 뒷받침받지 못했다. 그 결과 생활권은 하나인데 행정권은 나뉘어 있는 이른바 ‘도넛형 분절’ 구조가 고착되었고, 광역교통, 의료, 환경, 산업정책과 같은 초광역 행정 수요에 대한 대응에도 제약이 누적되었다.

그러나 현재의 통합 논의에서 경계해야 할 점도 분명하다. 행정구역의 통합이 곧바로 수도권에 대응하는 혁신 성장과 자족적 발전을 보장하는 것처럼 이해하는 것은 과도한 기대일 수 있다. 국가적 지원 아래 추진된 세종시조차 여전히 자족 기능과 정주 여건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행정적 결합이 자동적으로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장기적 청사진만을 앞세운 장밋빛 전망보다, 통합이 실제로 주민의 삶과 행정체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광역 행정통합을 둘러싼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고, 왜 지금 도농분리형 전략을 넘어 도농통합형 전략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특히 경제 통합의 구호에 가려져 온 행정서비스 전달체계의 단절 문제를 직시하면서, 교통·의료·복지 등 주민의 삶에 직결된 실용적 통합의 의미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광역 행정통합의 실효적 안착을 위한 정책적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1. 현행 지방자치 구조의 한계: ‘도넛형 분절’과 도농분리 전략의 역습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기본 틀은 광역과 기초로 이루어진 자치 2계층제이다. 광역 단위에는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가 있고, 그 아래에는 시·군·자치구가 놓여 있다. 이 체제는 지역대표성과 민주성, 그리고 행정의 분업 구조를 함께 고려한 제도이다. 예컨대 전라남도 신안군이 주민 생활과 밀착된 사무를 수행하는 기초자치단체라면, 전라남도는 여러 시·군에 걸친 광역적 사무를 담당하는 광역자치단체이다. 그런데 광역적인 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전라남도의 한가운데에 광주광역시가 존재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1-1 ‘도넛형’ 행정구역의 탄생
1-2 도농분리 전략이 초래한 구조적 비효율
1-3 대안으로서의 ‘도농통합형’ 광역 전략
2. 왜 지금 광역 행정통합인가: 초광역 경쟁 시대의 생존 전략
왜 하필 지금, 수십 년간 고착화되었던 광역 자치 체제를 뒤흔드는 통합 논의가 전방위적으로 분출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치적 논의는 제외하고 학술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1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의 ‘임계점’ 도달
2-2 초광역 경제권 형성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
2-3 실질적 지방분권의 실현
2-4 생활권 일치와 주민 편익의 극대화
3. 통합의 빛과 그림자: 예상되는 폐해와 현실적 쟁점
광역 행정통합이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것이 곧바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통합은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행정구역을 합치는 물리적 결합보다 더 어려운 것은, 수십 년간 서로 다른 행정 체계와 이해관계를 유지해온 주체들 사이의 ‘화학적 융합’이다.
3-1 중심 도시로의 자원 쏠림과 주변 지역의 소외
3-2 막대한 사회적 이행 비용과 조직 갈등
3-3 주민 수용성과 정치적 정당성의 확보
3-4 기존 광역시 지역에 대한 행정체계의 문제

4. 지속 가능한 광역 행정통합을 위한 정책적 제언: ‘환상’을 걷어내고 ‘실용’을 채우다
광역 행정통합이 지방소멸 방지와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한 해결사처럼 제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흔히 정부와 지자체는 통합을 통해 단기간에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거대 경제권을 구축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냉정하게 말해 수십 년, 혹은 한 세기가 걸릴지도 모르는 막연한 장기 과제다.
실제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중앙부처의 강제 이주가 이루어진 세종시조차 출범 2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자족 기능의 미비와 도시 완성도를 둘러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의 혁신적 성장이란 이토록 어렵고 더딘 과정이다. 따라서 광역 통합의 전략은 실현 불투명한 경제적 도약이라는 거대 담론에 매몰되기보다, 주민의 삶에 즉각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행정서비스의 통합적 전달’이라는 지극히 실용적인 목표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4-1 생활밀착형 행정서비스의 통합적 전달체계 구축
4-2 성과와 노력에 기반한 국가 재정지원의 원칙 수립
5. 결언: 새로운 갈등의 관리와 실질적 지역 생존을 위한 제도적 설계
대한민국의 행정 지도를 새로 그리는 과정은 결코 화려한 수사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분절된 유산을 극복하고, 주민들의 일상을 보다 편리하게 연결하며, 책임 있는 행정을 구현하는 고통스러운 개혁의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통합의 선언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길 ‘실질적 내용’이다. 주민에게 더 가까우면서도 효율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와 지방이 성과를 공유하는 책임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다면, 광역 행정통합은 우리 지방자치가 직면한 소멸의 위기를 돌파하고, 나아가 산업과 경제적 경쟁력을 갖추는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