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1. 체계에 포섭된 생활세계의 위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국가권력이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던 시대를 지나, 1987년 민주화운동을 분기점으로 시민들의 자발적 연대와 희생 속에서 성장해왔다.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NGO는 단순한 사회운동 조직을 넘어 민주공화국을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기능하였다. 군부 권위주의 시절 시민사회는 억압된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자유·인권·정의·참여의 가치를 사회 전면에 제기했다. 거리의 작은 모임과 지역 공동체, 노동·환경·인권 운동은 국가권력의 자의성을 견제하며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적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시민사회는 과거와는 다른 성격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의 위기가 외부 권력에 의한 직접적 억압이었다면, 현재의 위기는 훨씬 은밀하고 구조적이다. 지구화, 정보화, 후기산업화, 탈물질주의, 탈냉전 질서로 대표되는 21세기 전환기의 변화 속에서 사회는 점차 파편화·원자화되고 있으며, 시민사회 역시 국가와 시장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포섭되면서 자율성과 비판 정신을 잃어가고 있다. 다시 말해, 시민사회가 본래 지켜야 할 ‘생활세계’가 권력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 잠식되고 있는 것이
2026-05-15 관리자
정운찬 (사)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전 국무총리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및 군사적 긴장은 매우 엄중합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대남 차단, 대미 직통’의 길로 나아가는 현상은 단순한 전술 변화 이상의 중장기적 전략 변화를 나타냅니다. 여기에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대외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세적 외교 전술과 강대국의 패권주의가 맞물린 상황에서 자강적인 평화 로드맵이 없다면 한반도의 운명은 외풍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통일이란 단순한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며, 남과 북이 함께 만들어가는 숭고한 과정입니다. 결과만 강조하는 급진적인 통일은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비록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표방하더라도 우리는 이를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 관리하며 포용하는 거시적 안목을 지녀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가 2026년을 '한반도 평화공존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한반도 평화 특사 임명을 추진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정책적 결단입니다. 이러한 평화공존 실천의 핵심은 바로 '동반성장'입니다. 즉, 통일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동반성
2026-04-20 관리자
주요 공공기관, ESG를 전략 영역으로 인식 2026년 국내 21개 주요 공공기관의 ESG 업무 담당자 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는 ESG 전담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24%는 ESG 전담부서를 갖추고 있지 않지만 전략/기획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공공기관에서도 ESG가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현재 80%의 공공기관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약 20%는 발간한 적이 없으나 1-2년 이내 발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ESG 성과를 측정·관리하는 KPI가 존재한다는 응답도 85%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각 기관 내 ESG 업무 담당자는 1명(24%), 2~4명(56%) 등 대부분의 기관에서 4인 이하의 소규모 인력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ESG 업무 경력에 있어서도 1년 미만(58%), 1년 이상 3년 미만(36%) 등 90% 이상이 3년 미만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부정부패 방지 및 유착을 예방하기 위한 순환 보직 제도가 한편으로는 공공기관의 ESG 전문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
2026-04-07 관리자
광역 행정통합, 지역 살리기의 해법인가 새로운 갈등의 시작인가 단국대 행정학과 남재걸 교수 [광역 간 행정통합의 배경, 쟁점, 그리고 전망]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지금 구조적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도시-농촌 분할 발전 모델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압력 속에서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광역 간 행정통합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 성장기에 분절적으로 형성된 국토 공간을 오늘의 생활권과 경제권에 맞게 다시 조직하려는 새로운 정책적 시도라고 할 수 있다. 2010년의 창원·마산·진해 통합이나 2014년의 청주·청원 통합이 주로 행정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둔 기초지자체 간 통합이었다면, 오늘의 광역 통합은 지역 생존과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단위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그 성격이 다르다. 1980년대 도시 팽창기에 정부는 도시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심 도시를 도에서 분리하는 이른바 ‘도농분리형 전략’을 취했다. 이는 당시 대도시의 성장 관리에는 일정한 효과를 거두었지만, 장기적으로는 광역시와 배후 지역 사이의 연계를 약화시
2026-03-23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