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감탄에서 준비까지
-긍정적 변화와 부작용 양면성 갖춰-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강우성 교수
인공지능(AI)은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그림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언젠가 가능하겠지”라고 여겼던 장면들이 오늘날에는 우리의 평범한 하루 속에 들어와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 속 음성비서가 날씨와 일정을 알려주고, 출근길 내비게이션은 도로의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최적의 경로를 제시한다. 점심시간엔 온라인 쇼핑몰이 최근의 관심사와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필요한 물건을 정확히 추천하고, 은행 앱의 챗봇은 콜센터를 거치지 않고도 대출 상품과 신용카드 혜택을 안내한다. 퇴근 후 영상 플랫폼은 취향을 정교하게 분석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스마트워치가 수면 패턴과 심박수를 측정해 다음 날의 컨디션을 예측한다. 이 모든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우리는 때로 AI와 함께 산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한다.

<평범한 일상 파고든 AI산업>
이러한 변화는 산업 현장에서 먼저 시작됐다. 제조업은 AI를 통해 생산 라인의 품질검증을 자동화하고, 예지정비 시스템을 도입하여 기계 고장을 사전에 차단한다. 그 결과 제품 불량률은 낮아지고, 소비자는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얻게 된다. 금융업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의 소비 패턴과 자산 현황을 바탕으로 맞춤형 대출과 투자 상품을 제시하며, 동시에 이상거래 탐지 알고리즘은 금융사기의 가능성을 빠르게 포착한다. 의료와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AI가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학습해 판독을 보조하면서 진단 정확성을 높이고, 웨어러블 기기가 생활습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조기 경고를 제공한다. 환자들은 이전보다 더 빠른 시점에 건강 이상 신호를 발견할 수 있다.
유통과 콘텐츠 산업은 AI를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물류를 최적화하여 배송 속도를 단축했으며, 추천 알고리즘은 소비자가 선택에 소요하는 시간을 줄여준다. 또한 번역과 요약, 이미지·영상 생성 기술은 소비자가 전 세계의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했고,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 역사가 유발 하라리는 저서 『넥서스』에서 인류의 역사를 ‘정보 네트워크의 진화’로 설명했다. 즉, 인간은 언어와 신화, 문자와 인쇄술, 인터넷을 거쳐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네트워크에 도달했으며, 이렇게 새로운 네트워크가 나타날 때마다 인류는 협력과 발전의 가능성을 얻었지만 동시에 갈등과 불평등이라는 부작용도 경험했다고 말한다. 오늘날 AI를 둘러싼 우리의 기대와 불안, 경이와 두려움은 이러한 역사적 연속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술 발전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태도가 더 중요함을 알 수 있다.
<AI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발생>
새로운 기술을 마주한 사람들의 태도는 대체로 네 단계를 거쳐 변화한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첫 번째는 감탄의 단계다. AI는 질문에 풍부하고 재치 있는 답을 내놓으며, 외국어를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하고, 개인의 음악과 영화 취향을 정밀하게 맞춰낸다. 사람들은 신기함과 놀라움을 느끼며 새로운 기술이 가져오는 편리함에 열광한다. 하라리는 이러한 감탄을 새로운 네트워크가 나타날 때마다 인류가 경험해온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설명한다. 문자와 인쇄술이 지식을 대중에게 확산했을 때, 인터넷이 정보 접근 방식을 바꿨을 때도 사람들은 비슷한 감탄을 경험했다. 반면 스튜어트 러셀은 『휴먼 컴패터블』에서 이러한 초기 감탄이 맹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완벽해 보이는 AI의 산출물에 대한 사람들의 무조건적인 신뢰는 정보와 의사결정에 대한 인간의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하는 단계이다. 감탄의 뒤에는 실망이 찾아온다. AI가 존재하지 않는 식당을 추천하거나 사실과 다른 정보를 자신 있게 말할 때, 소비자는 허탈함을 느낀다. 금융권의 신용평가 알고리즘이 특정 연령대나 직업군을 불리하게 평가하거나, AI 면접이 지원자의 말투와 표정으로 성격을 단정하는 사례는 신뢰를 무너뜨린다. 의료 영역에서는 드문 질환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맥락을 고려하지 못해 오진을 유발할 수 있다. 하라리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언제나 허구와 진실을 동시에 담아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터넷이 사실과 가짜뉴스를 동시에 전파했듯, AI도 정확한 결과와 오류를 동시에 제공한다. 브라이언 크리스천은 『정렬 문제』에서 이를 가치 정렬의 실패로 해석한다. AI가 인간의 가치와 목표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할 때 불협화음은 불가피하다. 기존 가치체계와 충돌하는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실망하고, 어쩌면 AI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감탄→실망→학습→준비, 4가지 변화>
하지만 실망은 끝이 아니라 학습의 과정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AI의 강점과 한계를 구분하게 된다.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패턴을 분석하며, 문서 초안을 작성하는 일은 AI가 탁월하다. 그러나 맥락을 이해하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며 최종적 책임을 지는 일은 인간의 몫이다. 소비자는 AI의 추천을 참고하되 최종 선택은 스스로 내리고, 금융 상담은 챗봇으로 시작하되 중요한 결정은 전문가와 상의하며, 의료에서는 웨어러블 기기의 데이터를 활용하되 최종 진단은 의사에게 맡긴다. 이 균형의 태도는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수준을 넘어, 인간이 기술을 도구로서 다루며 주도권을 지키는 방식이다. AI에 대한 균형 잡힌 활용이란 효율성만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그 한계도 명확히 인지하고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단계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만족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마지막 단계는 준비다. 소비자들이 생활 속에서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장점과 한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와 공정성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앱 설치 시 데이터 수집 항목을 꼼꼼히 확인하고, AI의 추천 근거를 질문하며, 의심스러운 결과는 다른 출처로 교차 검증해야 한다. 생성형 콘텐츠를 사용할 때는 출처를 명확히 하고, 저작권과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캐시 오닐은 『대량살상 수학무기』에서 알고리즘의 불투명성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사례를 제시하며, 알고리즘의 불투명성을 극복하기 위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AI를 단순히 기술발전의 단계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가치판단을 하면서 활용할 수 있는 단계라 볼 수 있다.
산업별 맥락 속에서 이 네 단계는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제조업에서는 AI가 불량률을 낮추고 안전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사용자의 데이터가 생산 과정에서 수집·분석된다. 데이터의 활용 목적과 통제권이 명확하지 않다면 신뢰는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금융에서는 맞춤형 서비스와 보안이 강화되지만, 알고리즘의 편향은 사회적 불공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와 헬스케어는 조기 진단과 생활습관 관리에 도움을 주지만, 개인정보 유출과 책임 소재 문제가 따라온다. 환자는 AI의 진단이 보조적임을 이해하고, 반드시 의료인의 설명과 판단을 통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유통과 콘텐츠 산업에서는 추천 알고리즘이 편리함을 제공하고 생성형 도구가 창작 기회를 확대하지만, 동시에 선택권 제약과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 소비자는 새로운 선택지를 의식적으로 탐색하고, 생성 콘텐츠의 출처와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사회적 제도화로 균형잡힌 활용이 필요>
결국 AI는 우리의 삶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단순 반복 업무는 자동화되고, AI를 다루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제 개인은 단순한 소비자에서 벗어나 시민으로서의 역할도 고민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습관을 생활화하고, AI의 답변과 추천을 사실 검증과 교차 확인해야 한다. 생성형 콘텐츠를 활용할 때는 저작권과 초상권을 존중해야 하며,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을 요구해야 한다. 더 나아가 소비자는 단순한 사용자에서 벗어나 사회적 참여자로서 정책 논의와 제도 마련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AI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그것이 든든한 동반자가 될지 위험한 함정이 될지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태도로 이를 맞이하느냐에 달려 있다. 감탄과 실망을 지나 균형과 준비의 단계로 나아가는 소비자들이 많아질수록, 인공지능은 우리 삶을 더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